[ISAA Lab.] 한국일보(26.09.15) AI 속도 조절론에 반도체 수요 안 꺾인다… 우리 기술 개발 가속할 기회 (교수님 인터뷰)
Author 관리자시스템Date 2026-09-16Views 75
인공지능(AI) 개발을 늦추자는 미국 빅테크들의 '속도 조절론'에 미국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판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테크업계와 정부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입장에선 특히 반도체 시장과 소버린(주권) AI 정책에 미칠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AI 속도 조절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고, 이럴 때야말로 국산 AI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의? 비즈니스 전략!... "해프닝 될 듯"
메리츠증권은 15일 보고서를 내고 이번 AI 속도 조절론을 AI 모델 학습에 투입하던 컴퓨팅 자원을 추론 서비스로 돌려 수익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앞다퉈 최첨단(프런티어) AI 모델을 선보이던 기업들이 다 같이 속도 조절에 나서면 가장 큰 이득은 AI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써온 그들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KB증권 역시 속도 조절론 배경에 빅테크들의 전략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새 모델 경쟁에서 벗어나 기존 모델의 활용도를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속도 조절론이 '인류를 위한 선의'보다 '비즈니스 전략'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은 건 학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실제 AI 기술 개발 감속으로 이행될 공산은 낮아 보인다는 게 과학자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 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보안특위 위원은 "AI 성능을 강조하고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계획을 밝혀온 개발사끼리 이제 와 개발 속도를 늦추기로 합의가 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뒤에선 AI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다년 공급계약을 맺어놓고 앞에선 딴소리를 한다는 얘기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 조절론을 '사기'로 몰아세우는 등 미국 정부 인식이 다르다는 상황까지 드러난 만큼 국내 학계에선 속도 조절론이 '해프닝'에 그칠 거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테크업계에선 이번 논쟁으로 반도체 수요가 오히려 다양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AI 모델을 만드는 학습에서 완성된 모델을 서비스에 사용하는 추론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더 가속화할 신호라는 것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됐던 반도체 수요가 특정 목적에 맞게 설계한 맞춤형 반도체(ASIC),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으로 더 확산될 거란 예상이다.
속도 조절론 영향으로 설사 AI 모델 개발 주기가 길어지더라도 추론 이용량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 반도체 수요 역시 다른 형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속도 조절론이) 하드웨어 주문과 매출의 변곡점을 만든다는 증거가 없다"며 "기술 경쟁력이 높고 장기계약을 확보한 (반도체) 기업일수록 (AI 시장 변화에 대한) 방어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AI 위험성 부각돼... 통제 장치 뒷받침 중요
전문가들은 AI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을 추격해야 할 한국으로선 이번 논쟁을 기회 삼아 프런티어 AI 모델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치킨 게임'하던 빅테크들이 숨고르기한다면 우리가 따라갈 수 있는 판이 마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도 "미국 기업들이 서로 무슨 결정을 할지 모르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놓인다면 우리는 국산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는 게 지상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속도 조절론까지 나올 정도로 위험성이 부각됐으니 AI 통제 장치를 정책으로 뒷받침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이상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AI 통제 기술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앞으로 국내 AI 모델 개발의 핵심 키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기정통부는 AI 안전·신뢰 마스터플랜을 이르면 연말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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