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A Lab.] 데일리시큐(26.06.14) 미국, 앤트로픽 최상위 AI 모델 외국인차단.. AI도 국가안보 전략자산, AI 주권 역량 확보해야 (교수님 인터뷰)
Author 관리자시스템Date 2026-06-15Views 358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상위 AI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에 대해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차단하라는 수출통제 지시를 내리면서, 프론티어 AI가 국가안보 전략자산으로 관리되는 흐름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곽진 아주대 교수는 동맹과 비동맹을 구분하지 않은 차단이라는 점에서 AI 모델이 반도체처럼 전략자산으로 규제되는 첫 사례가 만들어졌다고 봤고,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기존 암호기술·고등급 보안제품 수출통제 정책이 AI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라고 진단했다.
이원태 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별위원장 겸 국민대 특임교수는 이번 사태가 특정 정치 지도자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AI 전략의 구조적 변화라며, 한국도 글로벌 협력과 함께 독자 AI 모델·AI 보안 운영체계·AI 평가체계 등 소버린 AI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미국 안팎의 외국 국적자뿐 아니라 자사 내부 외국 국적 직원까지 접근 제한 대상에 포함되자 두 모델을 전 세계 모든 고객에게 중단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모델 보안 취약성 논란을 넘어 AI 모델 접근권 자체가 안보·공급망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앤트로픽은 현지시간 6월 12일 오후 5시 21분 미국 정부로부터 해당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시 내용은 미국 안팎에 있는 모든 외국 국적자가 페이블 5와 미토스 5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앤트로픽 내부의 외국 국적 직원도 포함됐다.
회사는 특정 이용자만 즉시 구분해 차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두 모델을 모든 고객에게 전면 중단했다. 클로드 오퍼스 4.8을 포함한 다른 앤트로픽 모델은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페이블 5는 앤트로픽이 6월 9일 공개한 최신 모델이다. 앤트로픽은 이 모델을 기존 오퍼스 등급보다 높은 ‘미토스급’ 모델로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지식 업무, 비전, 과학 연구 등 여러 영역에서 기존 공개 모델보다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페이블 5는 일반 고객에게 제공되는 모델이었지만, 민감한 사이버보안·생명과학·화학 분야 요청은 안전장치에 따라 차단하거나 하위 모델로 전환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미토스 5는 같은 기반 모델을 사용하지만 일부 안전장치가 완화된 버전으로, 사이버 방어자와 핵심 인프라 제공자 등 제한된 신뢰 대상에게 제공될 예정이었다.
앤트로픽은 페이블 5를 6월 22일까지 프로(Pro), 맥스(Max),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개 사흘 만에 미국 정부 지시가 내려지면서 신규 세션은 기본 모델이나 오퍼스 4.8로 전환됐고, 기존 페이블 5 세션과 API 요청은 오류 처리됐다.
이번 지시의 배경은 페이블 5의 안전장치를 우회할 수 있다는 이른바 ‘탈옥(jailbreak)’ 가능성이었다. 앤트로픽은 미국 정부가 구체적 기술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고, 구두로 제한적 가능성만 설명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의 설명에 따르면 문제로 지목된 시연은 특정 코드베이스를 모델에 읽히고 소프트웨어 결함을 찾아 수정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회사는 해당 방식이 이미 알려진 경미한 취약점 몇 개를 식별한 수준이었으며, 다른 공개 AI 모델에서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앤트로픽은 제한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잠재적 탈옥 가능성만으로 수억 명에게 배포된 상용 모델을 회수해야 한다는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기준이 업계 전반에 적용되면 모든 프런티어 모델 배포가 사실상 멈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마존 보고서와 백악관 대응도 논란
이번 조치에는 아마존의 보고서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페이블 5 공개 이후 미토스 관련 기능을 우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전달했고, 이후 백악관과 관계 부처가 앤트로픽에 모델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앤트로픽의 주요 투자자이면서 클라우드 인프라 파트너다. 이 때문에 투자자이자 인프라 제공자인 기업이 정부에 보안 우려를 전달했고, 그 뒤 앤트로픽의 핵심 모델 중단으로 이어진 구조를 두고 절차적 투명성 논란도 제기됐다.
앤트로픽은 아마존 측이 제기한 방식이 복잡한 공격 기법이라기보다 정상적인 보안 방어 업무에 가까운 질문이었다는 입장이다. 보안업계에서도 취약점 식별과 코드 수정은 공격자만의 기술이 아니라 방어자가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미국의 AI 수출통제 초점이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넘어 AI 모델 접근 자체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동안 미국의 AI 통제는 고성능 GPU, 반도체 제조 장비, 클라우드 기반 학습 자원 등 인프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번에는 상용 AI 모델 접근 권한이 직접 통제 대상이 됐다.
특히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나 제재 대상이 아니라 ‘외국 국적자’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미국 내 외국인 연구자, 해외 고객, 동맹국 기업, 다국적 개발팀도 최상위 AI 모델 접근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됐다.
AI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신원 확인, 국적 검증, 내부 직원 접근 통제, 클라우드 리전별 권한 관리라는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용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AI 모델에 대한 기술 의존이 곧 업무 연속성 리스크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사건이 됐다.
곽진 아주대 교수 “AI 모델도 전략자산으로 규제되는 첫 사례”
곽진 아주대 교수는 이번 조치가 예견 가능한 흐름이었다고 봤다. 그는 “미토스 프리뷰가 발표됐을 당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보안특위에서 미국이 이를 전략자산으로 지정하고 수출통제를 시행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며 “당시 외교부와 과기정통부도 참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향후 다른 빅테크 기업의 프론티어 모델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한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해외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차단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특정 두 모델을 대상으로 동맹과 비동맹을 구분하지 않고 수출통제 명령이 즉시 적용됐다는 것은 AI 모델도 반도체와 같은 전략자산으로 규제되는 첫 사례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라며 “국내에서 추진 중인 독자 인공지능 기초모델, 즉 소버린 AI도 외부 통제 흐름 속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 예비전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미국의 기술통제에서 예외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양해야 하며, 글래스윙과 같은 글로벌 협력도 실제 활용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 “미국의 기술통제,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이례적이지 않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이번 조치를 미국의 기존 국가안보 기술통제 정책이 AI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로 해석했다. 그는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전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국가안보 데이터 보호에 활용되는 고비도 암호기술에 대해 수출통제를 시행해 왔고, EAL6 이상의 고등급 공통평가기준(CC, Common Criteria) 인증 제품에 대해서도 수출 제한 조치를 적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성능 AI 모델 접근 제한 역시 국가안보 중심의 기술통제 정책이 프론티어 AI 모델로 확대된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도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이버보안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는 국가안보용 데이터 보호와 관련된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검증 역량 강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정보원 등이 공공 분야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관여할 경우 정작 국가안보 분야에 투입돼야 할 전문 인력과 예산이 분산될 수 있다”며 “제한된 자원을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사이버보안 기술 개발과 역량 강화에 우선 투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태 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별위원장 “글로벌 협력과 독자 역량 확보 병행해야”
이원태 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별위원장 겸 국민대 특임교수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모델 취약성 논란을 넘어 프론티어 AI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특정 AI 모델의 보안 취약성 논란을 넘어, 프론티어 AI가 사실상 국가안보 자산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전 세계 이용자들의 접근이 즉시 차단될 수 있다는 사실은 AI 기술 의존이 곧 공급망·안보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한국은 오픈AI TAC, 앤트로픽 글래스윙 등 글로벌 협력을 지속하되, 동시에 독자 AI 모델, AI 보안 운영체계, AI 평가체계 등 ‘연결된 자율성(Connected Autonomy)’ 기반의 AI 주권 역량을 함께 확보하는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사태는 특정 정치 지도자의 문제라기보다 미국 AI 전략의 구조적 변화로 보는 것이 더 맞다”며 “미국이 AI를 반도체가 아니라 핵심 안보기술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앤트로픽 사태는 AI 기술 패권 경쟁이 모델 성능 경쟁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AI 모델 접근권은 이제 기업 서비스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공급망, 동맹 관계, 기술 주권이 충돌하는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도 글로벌 협력에 기대는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협력 가능한 영역은 유지하되,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AI·사이버보안 역량은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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